호아's Diary

우울증에 대한 오해

1) 집 밖으로 한 발자국도 나가지 못할 것이다
2) 음식을 잘 먹지 못할 것이다
3) 잘 웃지 않고 어두운 사람일 것이다

 

위의 내용과는 달랐다. 나는 잘 먹고 잘 떠들고 잘 웃었다. 그러다 알 수 없는 불안과 고통 때문에 힘든 때도 있었다. 
정신과, 상담센터를 다니며 '기분부전 장애'라는 진단을 받았다.
기분부전 장애라는 병은 가벼운 우울감, 식욕저하, 무기력감, 자존감 저하 등의 증상이 지속적으로 나타나는 만성 질환이다. 어떤 날은 평온하고 어떤 날은 우울하다 싶고 어떤 날은 즐겁고 어떤 날은 사는 것이 의미 없이 느껴진다.

우울증에 관한 설명 중에 동의할 수 없는 것이 있는데 '우울증은 누구나 한 번쯤 겪고 지나가는 마음의 감기다'라는 말이다.
내 경험, 기준으로 이야기했을 때 우울증은 감기가 아니라 난치병에 가깝다고 본다.
단순히 약을 먹고 시간이 지나면 낫는 병이 아니라 약, 시간, 각자의 방법으로 관리해야 하는 질환으로 생각한다.

 

나는 내 우울함을 말하는 것이 두려웠다.
내 우울함이 누군가에게는 그만 듣고 싶고 굳이 알고 싶지 않은 한심함과 지겨움이 되어버릴까 봐 두려웠다.

이것은 나만 아는 고통이고 남과 비교할 수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우울하다의 다양한 얼굴

" 힘들 땐 내가 제일 힘든 거예요, 그건 이기적인 게 아니에요 "

이걸 들었을 때 저는 이건 진짜 나만 아는 고통이지. 누가 내 마음에 들어와서 볼 수 있는 것도 아닌데 남과 비교당할 수 있는 게 아니네.

이건 이기적인 게 아니구나. 물론 내 아픔만 중요하고 타인의 아픔을 무시한다면 그건 이기적인 게 맞겠지만요. 

 

우울하다 이 단어 안에 갇혀버린 우리의 수많은 고통과 이야기를 알게 되었다. 

모두 다 다른 얼굴을 하고 있는 이야기가 있는 우울이 있다.
누구나 자신만 아는 고유한 우울이 있다.
그것을 그냥 우울증이라는 한 단어로 고통을 단일화하고 비슷한 걸로 만들어 버리 나면 우리는 계속해서 입을 다물게 될 것이다. 타인에게 내 고통을 이야기하지 못하고 숨기고 외면하면서 속은 곯아가게 될 것이다.
그래서 나는 우울을 지겨워하지 않아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이 시선을 두려워하지 말아야겠다고 생각했다.

책 제목의 이유

3년 전 나는 심한 충동이 들었고 준비까지 해놓은 상태였다. 그 와중에 배가 고팠고 친구에게 떡볶이를 먹자는 연락이 와있었다. 내가 제일 좋아하는 음식이 떡볶이였고 자연스럽게 친구를 만나 떡볶이를 먹었다. 그런 내가 동시에 혐오스러웠다. '몇 분 전에 그런 결심을 했던 애가 맞나? 떡볶이는 맛있니? 진짜 힘든 거 아니야 유난 떨지 마'

이 경험을 바탕으로 책 제목을 정했다고 한다.

감정은 공존할 수 있다?

나는 개인적으로 낙천주의가 비관주의의 반대말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오히려 이 두 이념은 서로 공존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희극을 보면서도 비극을 보면서도 우리는 눈물을 흘릴 수도, 또 웃을 수도 있다
마르탱 파주 < 완벽한 하루>

 

너무 우울해서 핸드폰만 보고 있다가 웃긴 것을 보면 빵 터지면서 갑자기 기분이 좋아진다. 누구나 웃다가 울 수 있고 울다가 웃을 수 있다. 그때 감정은 공존할 수 있다고 느꼈고, 내가 죽고 싶을 때도 떡볶이가 먹고 싶을 수 있으며 그것은 이상한 게 아니고 자연스러운 것이라는 것을 깨닫고 마음이 편해졌다.

지금의 나는 어떻게 살고 있을까?

그 병을 완전히 인지하고 받아들였다. 
이 병을 알기 전에 하지 못했던 다양한 시도와 노력을 했고 지금도 나만의 우울증 다루는 방법을 체득하며 살고 있다.
약물과 상담치료 외에 중요하게 실천하는 것이 있다.
그것은 햇볕 쬐기, 샤워하기, 몸 움직이기가 있다.
우리는 당연한 것을 자주 잊고 산다.
당연하기 때문에 그냥 지나치고 외면하고 하지 않는 것들이 생각보다 많다.
우울증에 이것들이 정말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얼마 전 우울증은 수용성이라는 재미있는 말을 들었다.
무기력할 때 어떻게든 일어나서 샤워를 하면 우울감이 씻겨 내려가는 기분이 든다.
집을 청소하고 정리하면서 땀을 흘리면 또 씻겨 내려가고 슬픈 영화나 책을 보고 울고 나면 개운해진다.

내 우울함을 다루는 방법

오랜 우울증을 앓아왔고 주된 정서가 우울감이었기 때문에 조금만 기분이 가라앉아도 또 시작이야 라는 말을 습관적으로 했다. 피곤하거나 지친 것일 수도 있는데 우울이라는 것으로 퉁치니 항상 우울한 사람이 되어버렸다.

그래서 우울한 감정에 이름 붙이기로 했다.

이제는 스스로 질문을 한다. 
밥 먹었어? 잠은 얼마나 잤어? 일 얼마나 했어?
이렇게 묻고 지금은 배고픈 거야, 피곤한 거야, 지친 거야
라고 감정에 다른 이름을 붙이니까 매번 매 순간 우울한 사람은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이러한 것들을 거쳐도 우울감이 계속된다면 이것은 병이라고 진단 내리고 나를 학대하지 않으려고 노력한다.

'나는 우울증이라서 그래'라는 말로 내 문제를 합리화하지 않으려 하고
반대로 '이건 우울증이 아니라 내가 이상해서 그런 거야'라는 말로 나 자신을 학대하지 않으려고 한다.

이게 병인지 내 문제인지 구분을 명확하게 하려고 노력하는 편이다.
이외에도 다양한 방법이 있지만 대체로 우울증과 이렇게 살아간다.
친구랑은 우울링이라는 귀여운 별명도 붙였다.

올 때마다 대처하는 방법을 많이 찾을수록 쾌적하고 즐거운 기분을 더자주 느낄 수 있게 되지 않을까?
그래서 좋아졌다 나빠졌다 반복하면서 언젠가는 좋은 기분을 더 자주 많이 느끼게 될 수도 있을 것 같다.

누구나 각자의 우울함이 있다.

" 너만 힘들어? 다들 힘들어. 사는 건 원래 힘든 거야 "라는 말로 누르고 지우지 않았으면 좋겠다.
나에게든 타인에게든 이야기하고 글로 써보고 즐겁게 하는 작은 방법들을 차곡차곡 쌓아나가면서 나처럼 여러분만의 방법을 찾았으면 좋겠다.

여러분들에게 드리는 한마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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